대수학 (Algebra)

더하기/빼기/곱하기/나누기가 익숙해 질 때 즈음 학교에서는 대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많은 곳에서는 대수학이라는 이름을 빼고 가르친다. 이름이 너무 거창해서 그런가보다. 하지만 대수학도 나중에 정리되면서 큰 분야가 된 것이지, 그 시작은 숫자의 세상에서 규칙을 찾기 위한 여러 방법 중의 하나였을 뿐이다.

Ed Kim https://edonedge.github.io/articles/
11-27-2019

대수학이란?

대수학을 알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공신력이 제법1 있는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면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듣도 보도 못할 군(group), 환(ring), 체(field)에 대한 설명이 나오니 자연스레 뒤로가기를 누르게 된다.

긴장하지 말자. 아마 대학교에 가서 대수학 과목을 따로 듣지 않는 한, 접할 일이 거의 없는 용어들이다.2

대수학의 기본

그럼 대수학의 기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숫자 “대신” 문자를 넣어 보았어요

이름의 유래

대수학은 계산이나 규칙에서 숫자를 무언가 다른 것으로 대신하여 표현하고 그 성질을 알아보는 학문이다 . 요즘은 한자를 같이 쓰지 않기 때문에 종종 대수학을 큰(大) 수학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대수학(代數學)의 대신할 대(代)이다.

개인적으로는 영어 Algebra보다 대수학(代數學) 이라는 이름이 대수학의 본질적인 의미를 더 잘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Algebra라는 용어는 대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페르시아 수학자 알콰리즈미(al-Khwarizmi A.D. 780-850)가 쓴 책 Ilm al-jabr wa’l-muḳābala 에서 al-jabr라는 말을 소리만 따서 읽은 것이다. al-jabr는 부분들의 재결합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 대수학을 하면서 우리가 계속 갈고 닦아야 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유명한 수학자들이 다 그렇듯이 알콰리즈미도 대수학의 아버지만 한 건 아니다. 이 사람이 쓴 또 다른 책3의 영향으로 인도 숫자 체계가 중동 및 유럽으로 전파되어서 현재 우리가 널리 사용하고 있는 수의 체계4가 되었다. 그리고 이름이 알콰리즈미라니.. 무언가 발음이 익숙하지 않은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면 계속해서 공부하는 알고리즘(algorithm)5이 이 사람 이름에서 나왔다. 물론 유명한 수학자들이 으레 그렇듯 이 아저씨는 천문학자이기도 하고 지리학자이기도 하다.

어디에다 쓰나?

숫자 대신하여 문자로 바꾸어 표현하는 이유는 규칙이나 패턴을 표현하기가 쉽고6 패턴이나 규칙을 조합해서 새로운 원리을 찾아내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원리로 조합하는 건 차차 배울 것이고, 대수로 표현된 이미 만들어진 유명한 원리들을 한 번 살펴보면 좋겠다.

원리를 나타낼 때

\[ E = mc^2 \]

윗 식은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 라고 불리는 규칙이다. 너무 유명해서 의미는 몰라도 저 식은 봤으리라. E는 에너지의 크기, m은 물질의 질량, c는 빛의 속도를 나타낸다. 나중에 설명할 것이지만, 대수표현에서는 곱하기 기호를 생략하므로 저 식을 말로 풀어서 쓰면 이렇다.

어떤 물질이 가지는 에너지의 크기는 그 물질의 질량에 빛의 속도를 두 번 곱한 것과 같다.

쓸 때는 문자로 간략하게 쓰고, 이해할 때는 저렇게 풀어서 이해하는 것이 잉크가 적게 드는 방법이다.7

이 식은 또 어떤가?

\[ 1 + 2 + 3 + ... + n = \frac{n(n+1)}{2} \]

윗 식은 말보다 계산을 먼저 배웠다는 수학자 가우스(Johann Carl Friedrich Gauß) 가 어린 시절8에 수학 선생님이

1부터 100까지 다 더해보렴 얘들아

하고 지겨운 계산문제를 내어주었을 때에 답을 구한 방식이다. n에 100을 넣으면

\[ 1 + 2 + 3 + ... + 100 = \frac {100 \times (100 + 1)}{2} = 5050 \]

한 번 1부터 100까지 다 더해보라. 실제로 답은 5050이다. 가우스가 이런 방법을 어떻게 찾아내었는 지는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고, 이미 만들어진 식이니 한 번 써 보자.

n에다가 어떤 숫자를 넣느냐에 따라서 답을 바로바로 구할 수 있다. 1부터 10까지 더한 결과는 n에 10을 넣어서

\[ 1 + 2 + 3 + ... + 10 = \frac{10 \times (10+1)}{2} = 55 \]

55가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쉽지 않은가? 우리는 계산의 지름길을 찾은 것이다.

원리를 증명할 때

원리의 표현을 대수(代數)로 하다보니 그 원리를 증명할 때도 쓰일 수 밖에 없다.

예전에 암산법 교본이라는 오래된 책을 한 번 읽은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 두 자릿수 곱셈을 굉장히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 하나가 실려 있었다.

예를 들어 \(34 \times 36\) 을 계산한다고 하면, \(4 \times 6\)을 먼저 계산해서 \(24\)를 먼저 적고, 그 앞에 \((3+1) \times 3=12\)를 적어 넣어서 답은 \(1224\)로 구하는 것이었다.
해 보라. 정말로 답은 1224이다. 하지만 24를 먼저 적고 12를 그냥 앞에 적으면 되는 계산은 세로셈으로 3줄로 풀어 적어야 답이 나오는 계산 보다 훨씬 더 간단하다.
하지만 궁금하지 않은가? 이게 왜 되는지? 대수는 이런 계산법이 왜 되는지를 증명하는데 사용된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탐구생활9이라는 EBS방송을 보는데 마술같은 장면이 나왔다.10

자, 마음속에 세자리 숫자를 생각해봐. 371같은 거 말이야. 아무 숫자라도 되니 세 자리 숫자를 생각해 봐.

그리고 그 숫자를 뒤집어. 아까 371이었으면 173이 되는 거지.

그리고 그 두 숫자의 차이를 구해. 큰 수에서 작은 수를 빼라는 이야기지.

차이가 나왔지? 이제 그 숫자랑, 그 숫자를 뒤집은 숫자를 더해.

답 나왔지? 난 이미 그 답을 알아. 그 답은 1089

이건 무슨 마술인 것인지 상대방의 마음속에 있는 숫자를 뒤집어서 뺀 다음에 나온 답을 다시 뒤집어서 더했는데, 상대방이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문제를 낸 사람이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다. 독심술일까?

나는 그 때 내 마음속의 다른숫자로 다시 계산을 했다. 그 답은 또 1089였다. 무슨 숫자로 해도 답이 1089가 나오는 모양이었다.

왜 이렇게 되는지 알고 싶지 않은가? 나는 미치도록 알고 싶었지만 그 때는 사칙연산 밖에 모르던 시절이었다. 마음 속에만 담아두었다가 중학생이 되고 나서 선생님께도 여쭈어보았는데 선생님도 모르고, 나 혼자 머리를 싸매다가 중학교 1학년 후반이 되어 대수에 좀 익숙해지고 나서야 왜 그렇게 되는 지 알 수 있었다.

깔끔하게 증명되는 것을 보고 날아갈 듯이 기뻤던 기억이 난다.

요약

긴 수다를 글로 적었지만 요약하면 이렇다.

다음 글에서는 대수에 적용되는 기본적인 규칙들을 살펴보고, 연습하고, 위에서 언급만하고 건너 뛴 증명들을 하나씩 해 볼 생각이다.

대수학 소개는 여기까지.


  1. 그저 제법 있다고만 하면 과소평가한 것이다.↩︎

  2. 정리된 용어를 접할 일이 없다는 것이지 성질들은 이름을 알리지 않은 채 수학책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등장할 때마다 이해해 주시면 되겠다.↩︎

  3. 라틴 번역본이 전해지는데 책 제목은 Algoritmi de numero Indorum↩︎

  4. 아라비아 숫자 및 위치기수법↩︎

  5. 한글로 알고리즘인지, 알고리듬인지에 대한 논의들이 있다. 영어발음으로는 알고리듬에 가깝지만, 원래 알콰리즈미 이름을 생각해보면 알고리즘이 맞는 것 같고, 또 한편으로는 그 이름을 라틴식으로 읽은 Algoritmi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알고리듬이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고. 답없다.↩︎

  6. 익숙해졌을 때 쉽다는 뜻이다.↩︎

  7. 종종 느끼겠지만 수학자와 물리학자들은 잉크가 많이 드는 것을 싫어한다.↩︎

  8. 이런 걸 어린시절에 했다는 것이 포인트!↩︎

  9. 내 나이가 탄로나는 아이템이다↩︎

  10. 교육방송이라는 곳에서 왜 이런 계산이 되는 지 설명은 안 해 주고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로 소개만 하고 넘어갔다는 건 아이러니다.↩︎

Citation

For attribution, please cite this work as

Kim (2019, Nov. 27). Ed on Edge: 대수학 (Algebra). Retrieved from https://edonedge.github.io/articles/posts/2019-11-27-algebra/

BibTeX citation

@misc{kim2019대수학,
  author = {Kim, Ed},
  title = {Ed on Edge: 대수학 (Algebra)},
  url = {https://edonedge.github.io/articles/posts/2019-11-27-algebra/},
  year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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