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급수적이란?

좀 잠잠해지기를 바랐던 코로나바이러스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오늘은 기하급수처럼 증가한다라는 게 얼마나 많이, 빨리 증가하는 것인지 알아보자.

Authors

Affiliations

Ed Kim

Ed on Edge

Created

Dec. 31st, 2020

Last Updated

Jan. 19th, 2021

기하급수(幾何級數, Geometric Series)

기하(幾何, Geometry)라는 말은 도형에 관련되어 있다는 뜻일 게다. 이건 뒷부분에서 다루겠다. 급수(級數)라는 말을 먼저 들여다 보자. 급수의 급(級)은 등급, 계급 같은 것을 뜻하는 말이다. 급(級)이 있는 수(數, number)라니, 여전히 감이 오지 않는다. 급수는 수열이라는 것에서부터 정의되니까, 수열부터 알아 보겠다.

수열(數列, Sequence)

말 그대로 수를 나열해 놓은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1, 2, 3, 4, 5, 6, 7, 8, \cdots 
 -0.4, 42, \frac{23}{11}, 0, 100 
 1, 2, 4, 8, 16, 32, 64 

같은 것들을 말한다. (1)번 수열처럼 끝이 없이 계속 나열한 것을 무한 수열, (2), (3)번 수열처럼 끝이 있는 수열을 유한수열이라고 부른다.

간결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약속에 놓으면 나중에 편하니까, 말로 길게 쓸 내용을 다음과 같이 나타내기로 약속하자. 수열은 알파벳소문자로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1)번 수열을 a 라고 하면, (2)번 수열은 b 로 나타내는 것이다. (1)번 수열을 a라고 나타내기로 했다면, 그 수열의 3번째 숫자는 a_3 으로 나타낸다(아래첨자로 작게 몇번째 숫자인지를 적어주는 것이다). 

이 방식을 (1)번 수열에 적용해 보면,

 a = 1, 2, 3, 4, 5, 6, 7, 8, \cdots 

 a_1 = 1 

 a_2 = 2 

 \vdots 

 a_8 = 8 

수열 a 는 규칙이 있는 것 같다. n 번째 숫자의 값이 n 이 된다는 게 눈에 훤히 보인다. 이렇게 규칙이 찾아지면, a_n = n 과 같이 그 규칙을 써 줄 수도 있다. 

급수(級數, Series)

급수는 수열의 일종인데, 수열의 숫자가 결정되는 방식이 특이하다. 항상 참조할 수열 하나를 두고, 그 수열의 첫번째 숫자부터의 부분합으로 급수의 숫자값이 결정된다.

급수를 S 라고 쓰면 이 급수의 n 번째 숫자의 값은, S_n 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급수 S 가 참조하는 수열을 a 라고 하면 급수의 n 번째 원소의 값 S_n 은 다음과 같이 결정된다.

 S_n = a_1 + a_2 + \cdots + a_n 

예를 들어 급수 S 가 참조하는 수열이 (1)번 수열이고 (1)번 수열을 a 라고 이름붙였다면,

 \begin{aligned} S_1 &= a_1 &&= 1 \\ S_2 &= a_1 + a_2 &= 1 + 2 &= 3\\ S_3 &= a_1 + a_2 + a_3 &= 1 + 2 + 3 &= 6\\ &\vdots&\\ S_8 &= a_1 + a+2 + \cdots + a_8 &= 1 + 2 + \cdots + 8 &= 36\end{aligned}  

즉, 수열 1, 2, 3, 4, 5, 6, 7, 8, \cdots 의 급수는 1, 3, 6, 10, 15, 21, 28, 36, \cdots 

같은 방법으로 수열 -0.4, 42, \frac{23}{11}, 0, 100 의 급수는 -0.4,41.6,\frac{2403}{55},\frac{2403}{55},\frac{7903}{55} 

수열 1, 2, 4, 8, 16, 32, 64 의 급수는 1, 3, 7, 15, 31, 63, 127 

재미난데, 하나 더 해볼까?

수열 1, 0, 1, 0, 1, 0, 1, 0, 1, 0 의 급수는?

 1, 1, 2, 2, 3, 3, 4, 4, 5, 5  

특별한 수열

수열 중에서 패턴이나 규칙이 있는 수식에 우리는 관심을 더 많이 가지게 되고 거기에다가 이름도 붙이게 되어 있다. 앞에서 보았던 수열 중에, (2)번 수열에는 별 패턴이 없고, (1)번 수열과 (3)번 수열은 확실한 규칙이 있다.

(1)번 수열 1, 2, 3, 4, 5, 6, 7, 8, \cdots 에는 어떤 규칙이 있을까?

하나씩 세고 있는데요.

아.. 맞다. 하나씩 세고 있는 건데, 출제자 의도가 그런 것은 아니었고, 그럼 이런 수열을 한 번 보자

 1, 3, 5, 7, 9, 11, \cdots  

1에서 시작해서 2씩 커지네요

빙고, 그럼 (1)번 수열은 비슷하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1에서 시작해서 1씩 커지네요

맞다. 

이렇게 같은 수만큼 커지거나 작아지는 수열을 차이가 똑같은 수열이라고 해서 등차수열이라고 한다. 이름이 조금 특이한데, 우리나라에서는 등차수열이라고 불리지만 영어로는 arithmetic sequence 라고 불린다. 직역하면 산술 수열, 즉, 산술적인 덧셈 뺄셈으로 만들 수 있는 수열이라는 뜻이다.

(3)번 수열 1, 2, 4, 8, 16, 32, 64 에는 어떤 규칙이 있을까?

1에서 시작해서 2씩 곱하네요

맞다. 이렇게 같은 숫자(혹은 같은 비율)을 곱하면서 만들어지는 수열을 등비수열이라고 한다. 등비수열도 영문 이름은 Geometric sequence 즉 기하수열로 불린다. Geometry는 Geo- 라고 하는 땅을 의미하는 어원에서 유래하는데, 기하학이 땅 넓이구하는 데에서 시작했고, 넓이는 길이에다가 길이를 곱하는(그 당시에는 혁명이었을 듯) 데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무언가를 곱하는 수학적인 것에는 geometric이라는 이름이 자주 붙는다.

이제 거의 다 왔다. 등비수열, 즉, 기하수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기하수열을 참조하는 급수가 기하급수이다. 

기하급수는 얼마나 빨리 커질까?

등비수열(기하수열)만 해도 값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3)번 수열을 생각해 보자.

 1, 2, 4, 8, 16, 32, 64  

이 등비수열은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1, 2, 2^2, 2^3, 2^4, 2^5, 2^6  

분명한 패턴이 보인다. a_6 = 2^5 이고 a_7=2^6 인 걸 보면, 이 수열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면, n 번째 수열값 a_n 이 2^{(n-1)} 으로 일반화됨을 알 수 있다. a_1=1 에서 시작해서 a_8=2^7=128 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100을 넘지만, 200을 넘는 데에는 한 스텝이면 된다. a_9=2^8=256 그러다가 다시 두 스텝 더 가면 a_{11}=2^{10}=1024 으로 1000을 돌파하고 4 스텝 더 가면 1만5천을 돌파한다. a_{15}=2^{14}=16384 . 다시말해, 14스텝만에 원래 값의 1만5천배가 넘는 숫자로 바뀐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등비수열(기하수열)이었다. 기하급수 S_n 은 등비수열의 첫번째 숫자부터 n 번째 숫자까지를 다 합친 것이므로, 이미 이렇게 큰 등비수열보다도 훨씬 더 크게 증가하는 수열이 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등비수열 S_n 의 값을 한 번 알아보자. 

 S_n= 1+2+2^2+ \cdots + 2^{(n-2)} + 2^{(n-1)} 

여기서 꽤 유명한 트릭을 한 번 써 보겠다. S_n 에 등비인 2를 곱하면,

 2S_n=2+2^2+2^3+ \cdots +2^{(n-1)}+2^n 

이 둘을 한 데 놓고 보면 대부분의 항(term)이 겹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둘의 차이를 구하면 대부분이 사라져서 간단하게 하기 편한 항 몇 개만 남는다. 

 \begin{aligned}S_n&= 1+\textcolor{blue}{2+2^2+ \cdots + 2^{(n-2)} + 2^{(n-1)}}\\ 2S_n&=\textcolor{blue}{2+2^2+2^3+ \cdots +2^{(n-1)}}+2^n \\ 2S_n - S_n &= -1 + 2^n \end{aligned}   

 S_n=2^n-1  

그러므로 이 기하급수는 기하수열(a_n=2^{(n-1)}) 비교했을 때 n번째 숫자의 값이 약 2배 정도 크다. 

기하수열 자체가 워낙에 빨리 커지는 비율이 1보다 클 때 하는 말이다. 1보다 작아지면 엄청난 속도로 값이 작아지고, 비율이 음수이면 양수였다가 음수였다가를 반복하게 된다. 수열이라서 급수가 이것의 단 두 배 밖에 안 된 것이 큰 변화로 안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두 배"는 엄청난 차이다. 수열 a 의 15번째 값이 a_{15}=2^{14}=16384 인데, 기하급수 S_{15}=2^{15}-1=32767 가 되어서 차이가 1만5천이 넘는다. 이 차이는 수열의 뒤쪽으로 갈 수록 더 급격하게 커진다.

기하급수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라는 말은 영어로는 exponentially이다. In the way of gemetric series 같은 표현은 쓰지 않더라. 증가하는 형태가 지수함수를 따른다는 뜻이다. 그런데 exponentially를 문자 그대로로만 보면 그것이 꼭 기하급수만을 뜻하는 말은 아니다. 등비수열(기하수열)만 하더라도 지수함수 꼴로 숫자가 커지기 때문이다. 원래 언어가 다르면 일대일 대응되는 말이 찾아지지 않는 경우도 많으니 이렇게 쓰는 구나 하고 생각하면 되겠다.

마치며

오늘은 이만하련다. 말로 설명하던 걸 글로 쓰니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아빠가 2시간 동안 설명한 거잖아요. 당연히 오래 걸리죠.

아, 맞다. 

그런데 하나 알아둘 것은, 이게 수열과 급수의 intro라는 거다. 아직 각각의 성질을 알아보거나 대수(algebra)형태로 정리하지는 않았잖아? 다음 시간에는 등차 수열부터 차근 차근 나가 보자.

Ed found a way to relax on the cutting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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