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율을 나타내는 말 중에 일상생활에서 퍼센트만큼 자주쓰이는 말이 없습니다. 10%할인, 9%부가가치세 등등. 퍼센트가 무엇인지 그리고 퍼센트가 들어간 표현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지 알아봅시다.
소수점과 분수를 배우고 나면 생활 속 비율에 관련된 표현에 익숙해지도록 훈련을 합니다. 따로 훈련을 하는 이유는, 수학적으로는 완전히 동일한 현상도 말로 풀 때에는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이죠. 언어는 규칙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쓰는대로 흘러간 경우가 많으니까요.
우선 비율은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1) 순수한 숫자로만 되어 있는 비율( 2/3, 0.5 등)
(2) 단위가 들어간 비율(5 m/s, 10 J/s, 30 mpg[miles per gallon], 등)
순수한 숫자로만 표현된 비율은 순수한 숫자 사이의 비율을 계산했거나, 단위가 같은 측정치의 비율을 계산했을 때 나오고요, 단위가 들어간 비율은 단위가 다른 두 가지 양(측정치)의 비율을 계산했을 때 나옵니다. 우리말에선 둘 다 비율이라고 하지만 영어에서는 약하게나마 구분을 하고 있는데요. 순수한 숫자로만 나온 비율은 ratio라고 자주 부르고, 단위가 다른 측정치의 비율은 rate이라고 합니다. rate이 사용범위가 넓어서 ratio로 쓸 부분을 rate으로 해 버리는 경우도 있는 걸 보면 영어에서도 그렇게 강하게 구분하는 것 같지는 않네요.
이 구분이 왜 필요한가요?
오늘 다룰 퍼센트(percent)는 순수한 숫자로만 된 비율에 쓰이거든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용액의 농도가 퍼센트 농도인데, 분자에 들어가는 용질(예를 들어 소금)의 질량과 분모에 들어가는 용액(예를 들면 소금물)의 질량이 단위가 같아서(주로 g이나 kg으로 측정하죠) 그 비율을 구하면 순수 숫자가 됩니다. 그래서 퍼센트로 자주 읽습니다.
반면, 농도 중에 화학실험이나 제약회사에서 종종 사용하는 몰농도(molarity)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용액의 양은 부피단위인 L로 재고, 용질의 양은 mol로 재기 때문에 서로 단위가 다르죠. 그래서 퍼센트를 동원해서 읽지 않습니다. 또 다른 예로 속도를 보면, 1초에 0.45미터를 가는 속도는 0.45m/s인데, 아무도 이것을 45%m/s라고 읽지 않지요. 비율에 단위가 달린 것들은 퍼센트로 읽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비율을 "100개당 몇개인가?" 의 형식으로 나타낸 겁니다. 우리말로는 백분율이라고 하는데요, 영어로는 더 확실합니다. 예를 들어 45%라고 하면
45 per cent
per가 ~당, ~마다, ~에 대하여 라는 뜻이고, cent는 100이라는 뜻이니까 100개당 45개라는 뜻이 되고 똑같은 내용을 분수로 표현하면 45 / 100 이 됩니다.
그래서 "%"는 "/100" 혹은 "÷100"과 완전히 똑같은 거랍니다. A%를 숫자로 고치는 과정은 %를 지우고 A를 100으로 나누어주면 됩니다. 결과값은 분수가 편하면 분수로, 소수점이 편하면 소수점으로 나타내면 되죠.
45% = 45 / 100 = 0.45
20% = 20 / 100 = 0.2
100% = 100 / 100 = 1
200% = 200 / 100 = 2
그럼 거꾸로, 순수 숫자로된 비율에서 퍼센트를 구하는 건 어떻게 할까요? %가 "/100" 혹은 "÷100"과 같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이렇게 풀면 되는데요.
정리하면 숫자에 100곱하고 %를 붙여주면 됩니다. 다르게 읽어도 본질적인 값은 같아야 한다는 걸 잘 생각해 봅시다. 100을 나눈다는 의미의 %를 붙이려면 원래 숫자를 100배 해 주어야 값이 같아진다는 걸 알 수 있지요.
퍼센트는 숫자를 읽는 방법 중의 한가지일 뿐이라서 매우 쉽습니다. 대부분의 어려움은 비율 그 자체를 이해하고 구하는 데에서 일어나죠. 앞에서 예로 든 소금물을 농도를 생각해 보면, 2g소금이 들어간 5g 소금물의 농도는 2/5 입니다. 그래서 농도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2/5라고 답하든지 소수점 계산을 해서 0.4라고 대답하든지 하면 됩니다. 그런데 특별히 퍼센트 농도로 물어보았다면, 농도를 퍼센트로 읽어주기 위해서 100을 곱한 후에 %라는 말을 뒤에 붙여서 40%라고 답하면 되는 것이죠.
퍼센트 자체는 간단한데, 우리 일상 언어에 다양한 문맥(context)이 있다 보니 다르게 해석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번 볼까요?
3의 ___배는 얼마일까?
자 답에 집중하지 마시고.. ___에 어떤 숫자가 들어가야 자연스러운가요?
2배 3배와 같이딱 떨어지는 숫자가 들어가면 가장 자연스러워요
0.4배, 1.5배라고 써도 어느정도 자연스럽고
산수에 좀 더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2/3배 7/5배 같은 것도 크게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20%배 라고는 쓰지 않아요. 저 자리에 퍼센트는 안 쓰입니다.
수학적으로는 숫자가 무엇이든 같은 수식으로
이런 문장을 한 번 볼까요?
3의 __(은)는 무엇인가?
저 빈칸에는 어떤 숫자가 들어갈 수 있을까요?
3의 20%는 무엇인가?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3의 2/3은 무엇인가? 이것도 자연스럽네요
3의 0.5는 무엇인가? 의미는 알 것 같은데 뭔가 살짝 이상하죠
3의 2는 무엇인가? 말이 안 됩니다.
이 모든 것도
이런 차이가 생긴 이유는, 2, 3, 4와 같은 숫자는 갯수를 셀 때부터 자주 사용되던 것이라서 따로 "~배"라는 말을 붙여주지 않으면 비율에 관련된 것이라는 문맥(context)을 못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0.5, 3.4와 같은 소숫점은 약간 비율에 관련이 있지만 이 역시 측정을 좀 더 세밀하게 하는 데 자주 쓰이는 숫자이기 때문에 우리 머릿속에 비율이라는 문맥을 아주 약간만 만들어 주고요.
분수와 퍼센트는 비율을 나타내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들이라서 존재만으로도 비율에 관한 이야기라는 문맥을 만들어줍니다. 그 중에서도 %는 비율을 이야기하는 문맥에서밖에 안 쓰이기 때문에, "~배"와 같은 말을 덧붙이면 같은 말이 반복된 것 처럼 느껴져서 어색해집니다.
하지만 말은 다양해도 위의 모든 표현들이 모두
예를 들어 3의 20%가 무엇인지를 구하고 싶다면, 3의 2배를
3에서 __ 증가했다.
빈칸에 뭐가 들어가면 자연스러울까요?
20% 증가했다. 아주 자연스럽죠
0.2 증가했다. 해석하기 애매하지만, 주로 이렇게 하면 3 + 0.2 = 3.2 가 된다는 뜻이 됩니다. 쓸 수는 있지만 비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1/5 증가했다. 약간 애매한 의미가 됩니다. 원래 값 3에서 3의 1/5만큼 더 증가한 것인지, 3에다가 1/5이라는 값이 더해진 것인지 헛갈리죠
2 증가했다. 3 + 2라는 뜻입니다. 비율과 상관없죠
2배 증가했다. 해석이 어려워집니다. 2배가 되었다는 이야기인지 원래 것에 2배만큼 덧붙여서 3배가 되었다는 이야기인지..
이렇듯, __증가했다 혹은 감소했다의 문장에서는 %를 사용할 때에만 의미가 명확합니다. 그래서 퍼센트를 배울 때에는 이 부분만 따로 연습합니다.
3에서 20% 증가했다라는 것은 3이라는 원래 값에 3의 20%에 해당하는 양이 더해졌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최종 값을 구하려면 식이 이렇게 되죠.
그런데 매번 원래 값에다가 증가분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변환해서 곱셈 한 번으로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두 말은 같은 말입니다.
20%증가했다
원래값의 120%가 되었다
같은 방법으로 $300짜리 가방 20%할인이면 $300에다가 할인액
20% 할인했다
원래값의 80%가 되었다
여기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도 한 번 생각해 볼게요.
200% 증가했다
원래값의 300%가 되었다. 즉 3배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건 어떤가요?
100% 감소했다.
원래 값의 0%가 되었다. 즉 0이 되어서 없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퍼센트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비율 그자체를 이해하는 게 어려운 겁니다. 비율까지만 익히고 나면 일상언어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숫자를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정수의 비율(ratio)로 이루어진 숫자, 그래서 비율(ratio)있는 숫자라고 해서 "ratio"-nal number라고 부르지요. rational이 이성적인 이라는 뜻이라서 우리말로는 유리수(이치가 있는 숫자)라고 부르고, 오역이네 아니네 논란이 많은데요. 그런 논란은 접어두고 ratio가 있는 숫자 rational numbers라고 기억해 둡시다.
피타고라스와 그 추종자들은 유리수면 수가 다 끝난 줄 알았답니다. 사실은 끝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시인하기가 싫었을 지도 모르지만요. 아이러니하게도 피타고라스 정리 때문에 숫자가 유리수 말고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요건 다음 시간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