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미방(미분 방정식)은 사실 '별 것' 맞습니다. 두려움에 떨고 울며 들어가서 통곡하며 나오는 과목이죠. 하지만 이 글은 입문서니까요. 웃고 들어가서 울기 직전에 빠져나와 봅시다.
미분 방정식 입문을 보고 계시니 미분은 어느정도 하실 수 있는 걸로 가정하겠습니다. 미분 방정식, 줄여서 미방은 이름만 듣고 기겁하는 사람들이 많은 분야입니다만, 사실 통곡하기 전까지는 슬렁슬렁 따라갈 만한 것입니다. 괜히 겁 먹어서 아무것도 모른 채 넘어가는 것 보다는 발이라도 한 번 담가 놓으면 해결 안 되던 묵은 체증도 내려가고 (그리고 빠지기 전에 도망 나오면) 아주 좋습니다.
이름부터 뜯어봅시다. 미분방정식은 방정식의 일종이니 방정식부터 볼까요. 방정식이란
특정한 조건에서만 맞아들어가는 등식
입니다. 자연스럽게 특정한 조건이 무엇인지가 궁금합니다. 중학교 초기에 흔히 접하는
미분 방정식이란
어떤 함수를 미분한 결과식(도함수)이 들어있는 방정식
입니다. 이것도 방정식이니 특정한 조건에서만 등식이 맞아들어가고요, 우리는 그 특정한 조건이 궁금합니다. 여기서 특정한 조건을 찾는다는 것은 그 "어떤 함수"가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숫자 하나 찾는 것도 힘든데, 무한개의 함수 모양 중에 맞는 걸 어떻게 찾아요?
라고 물으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숫자 하나 찾을 때에도 무한개의 숫자 중에서 찾았던 거잖아요? 당연히 좀 더 빠르게 찾을 수 있는 유용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고등학교 때 미분/적분 배운 적이 있으신 분들은 이미 미분 방정식을 풀어보셨을 거라는 거죠.
이런 것 말입니다.
그렇죠. 적분도 미분방정식 풀이의 한 종류입니다. 미분 방정식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함수
이 방정식의 만족하는
이렇게 구한
적분은 그래프 아랫면적 구할 때라도 쓰지, 미방은 어디에다가 쓰는 걸까요? 의외로 정말 많은
함수의 미분된 값이라는 것은 결국 이 순간의 변화량을 의미하지요. 그 부분을 정말 잘 측정해서 순간 변화량(미분식)이 특정 형태를 따른 다는 걸 알아냈다고 해 봅시다. 그 자체만으로는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만 그것으로 미분되기 이전의 식을 알 수 있다면, 향후 몇 년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알 수 있게 되겠지요. 즉, 우리의 예측력 및 상황 파악 능력을 높여줍니다.
예를 몇 개 들어볼게요.
인구증가를 분석한다고 해 봅시다. 인구증가율은 현재 인구의 수에 비례합니다. 직관적으로 맞는 분석이죠? 한 가정이 한 세대 동안 평균 2명의 아이를 낳는다면, 2가정 밖에 없는 곳에서는 4명 증가하지만, 5가정 있는 곳에서는 10명 증가하니까요. 이제 식으로 써 봅시다. 시간에 따른 인구수를
즉, 미분방정식의 모양으로 나옵니다. 앞에서 적분으로 쉽게 풀었던 미방하고는 모양이 좀 다릅니다. 미분식과 자기 자신이 등식 안에 동시에 등장하는 꼴이라서 바로 적분이 안 됩니다. 하지만 기지를 발휘해 봅시다. 배웠던 함수 중에서 미분했을 때 자기자신과 모양이 똑같이 나오고 곱해지는 상수만 달라지는 함수가 있었더랬죠. 바로 지수함수입니다. 되는 지 한 번 볼까요?
이건 답을 하나만 구한 것이고요. 해 보시면
여기에다가 조건을 하나 붙여볼까요? 시간이 하나도 지나지 않았을 때, 즉
이렇게 변화량을 잘 관찰한 것으로부터 일반적인 시간에 대한 인구의 수를 함수 형태로 얻어내었습니다. 흔히 알고 있듯이 인구는 기하급수적(지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과 맞아들어가는 결과네요. 이걸 이용하면 향후 3년 후, 5년 후의 인구를 추정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림 처럼 스프링 끝에 물체를 달아놓고 조금 당겼다가 놓아볼까요? 스프링의 복원력은 당긴(혹은 누른) 길이에 비례하게 됩니다. 스프링이나 고무줄 같은 것의 복원력이 다 그런 형태이지요. 조금 당기면 복원력도 작고, 많이 당기면 복원력도 커집니다. 복원력을
그런데 뉴턴이 그랬죠. 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라고
그래서
질량은 재면 되고, 비례상수
이제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두 번 미분한 식이 동시에 등장하는 미분 방정식이 됩니다. 오늘은 감만 잡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일반해를 구하는 게 아니라 저렇게 될만한 거 몇 개만 추려봅시다. 두 번 미분해서 자기자신과 같은 꼴이면서 마이너스 부호가 붙는 함수가 뭐가 있던가요?
오늘은 맞아들어가는 거 하나 정도만 찾는 게 목표이니, 양수인 C 값을 취하면
식을 좀 더 뜯어보면, 스프링과 물체를 교체하지 않는 한
그 외에도 많지요. 자연 현상중에서 시간에따라 변화하는 게 참 많거든요. 예를 들어 회로에 저항 연결해 놓고서는 우리가 옴의 법칙이라 하여 V(전압, 혹은 전위차) = I(전류)R(저항) 쓰면 어지간경우에는 전류 및 전압 크기가 어떻게 되는지 다 알 수 있다고 배웠었습니다.
저항이 아니라 코일을 감아 놓으면? 코일은 전류가 변화할 때만 그에 비례해서 전기의 흐름을 방해합니다. 즉, 직류에 대해서는 전선처럼 동작하다가 교류전원이 연결되면 저항처럼 동작하죠. 고등학교 물리에서 거기까지만 가르치고 더 이상 진도를 안 나가는 이유는 코일의 저항값이 전류의 시간변화량에 비례해서 R(저항값) = L(인덕턴스상수) I'(t) 이 되고 이것을 V=IR에 집어 넣으면 자기자신 I(t)와 그것의 미분값 I'(t)이 하나의 등식에 동시에 등장하는 미분 방정식이 되기 때문입니다.
로켓발사같은 걸 걸 한 번 생각해 볼까요? 가장 이상적인 경우를 가정하더라도(분사 속도 일정, 중력 및 공기저항 무시) 로켓 최종속도가 어떻게 되는지 아는 게 쉽지 않습니다. F=ma 적당히 적분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지만, 로켓이 날아갈 때 연료가 분사되면서 로켓이 질량이 시간따라 줄어들거든요. 식을 다 써 보면 이것도 미분 방정식이 됩니다.
유명한 방정식을 하나 꼽자면, 한 지역 내에서 상위포식자와 먹잇감의 개체수 변화를 나타내는 로트카-볼테라 방정식이 있겠네요. 이건 무려 연립 미분 방정식입니다. (방정식 배우다 보면 연립 방정식도 나오는 법이니 별로 놀랄 일은 아니지만..)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을 겁니다.
처음 치고는 간단하지 않나요? 오늘은 방정식을 풀때 할 수 있는 가장 원시적인 방법(될 법한 값을 때려(?) 넣는 방식)으로 답을 찾아봤으니, 다음 글에서는 차근차근 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끝.